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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그렇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_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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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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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항/공광규



멀리 순항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비상착륙을 하려면
항공유를 모두 버리고 무게를 줄여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전한 착륙을 위하여
정상항로를 벗어나서
비싼 항공유를 모두 바다에 버리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자신을 비우고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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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대답하기 / 윤이현


해님은 날마다
출석을 그림자로 확인한다.


온 세상 모두가
일 학년 교실처럼 대답하다가는
지구의 귀가 터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키 큰 가로수는 길게
세살배기 우리 아가는 짧게

육 학년 언니는 조금 길게
모두모두 그림자로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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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깨어 있네 / 이해인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가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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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 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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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 윤희상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을 그리지 않고
바람에 뒤척거리는
수선화를 그렸다
바람에는 붓도 닿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람은 보지 않고
수선화만 보고 갔다
화가가 나서서
탓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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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산 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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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 고영민



입이 둥근 물고기가 모여 사는

어탕집 평상 위에

할머니 넷이 나앉아 소리나게 웃는다

어디서 오는 걸까, 저 민물의 웃음은

꼬박 육칠십 년,

합치면 이백 년을 족히 넘게

이 강 여울에 살았을 법한

강 건너 호두나무 숲이 바람에 일렁인다

긴 지느러미의

물풀처럼

어탕이 끓는 동안

깜박 잠이 든 세 살 딸애가

자면서 웃는다

오후의 볕이 기우는 사이,

어디를 갔다 오느냐

이제 막 민물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아가미의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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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